아카데미가 망했다 – 천재들이 만든 최악의 붕괴 시뮬레이션

《아카데미가 망했다》는 제목부터 충격적이다.

대부분의 학원 판타지가 **“최강의 학생이 세상을 구한다”**는 구조를 가진 반면,
이 작품은 정반대로 간다.
“최강의 학생들이 세상을 망친다.”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오직 한 사람만이
모든 것을 되돌리기 위해 싸운다.

주인공 시온 블레어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연소로 입학한 천재였다.
그는 뛰어난 재능과 완벽한 계산력으로
교수들과 동급생 모두에게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 재능은 결국 ‘재앙’을 불러온다.
한 실험의 실패로 마법 진핵이 폭주하며,
아카데미 전체가 ‘붕괴 루프’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는 깨닫는다.

“이곳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망하게 만든 나뿐이다.”

《아카데미가 망했다》의 전개는 시간 루프물의 구조를 따른다.
시온은 수없이 반복되는 붕괴와 죽음 속에서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각기 다른 선택을 시도한다.
그러나 그가 매번 구하려는 이들이
서서히 그의 기억을 잃어간다는 설정은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작품의 세계관은 치밀하고 철학적이다.
아카데미는 단순한 학교가 아니라
‘지식의 축적이 신의 영역에 도달한 공간’으로 묘사된다.
학생들은 지식을 얻기 위해 감정을 버리고,
결국 인간성을 잃는다.
시온은 그 속에서 마지막 남은 ‘인간적인 죄책감’을 품은 존재로,
세상의 오류를 바로잡으려 한다.

작화는 차갑고 정교하다.
아카데미의 붕괴 장면은 마치 건축물이 해체되는 예술 작품처럼 묘사되며,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극명하다.
파괴의 순간에도 아름다움이 느껴질 정도로
세밀한 연출은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연 캐릭터들도 모두 인상적이다.
시온의 조수이자 냉철한 분석가 엘리아,
그를 경쟁자로 여기지만 끝내 동료가 되는 기사 리안,
그리고 모든 루프의 진실을 알고 있는 교장 노아 베르딘.
이 세 인물은 각각 이성, 용기, 희생을 상징하며,
시온의 감정 변화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아카데미가 망했다》의 진짜 매력은
“망한 뒤의 세상”을 중심으로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작품이 위기를 막기 위해 싸운다면,
이 작품은 이미 모든 것이 무너진 뒤에 시작된다.
시온은 붕괴된 교실에서 혼자 마법서를 들고 중얼거린다.

“이건 실패가 아니라, 다시 시작이다.”
이 한 줄이 작품의 철학을 압축한다.
파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의 서막이라는 것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서사는 점점 더 거대해진다.
시온은 아카데미의 시스템 그 자체가
‘신의 실험’이었음을 알게 되고,
마침내 루프의 근원을 스스로 끊어낸다.
그 순간, 세상은 멈추고
그가 만든 새로운 시간선이 열린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웃으며 말한다.

“이제 진짜 공부를 시작할 시간이다.”

69tv에서도 이 작품은
“지식과 오만의 종말을 그린 철학 판타지”로 평가받는다.
《아카데미가 망했다》는 단순한 재난물이 아니라,
인간의 탐구심이 어디까지 신의 영역을 침범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이 웹툰은 결국 이렇게 말한다 —
“세상은 천재가 망치지만, 바꾸는 것도 결국 인간이다.”

더 많은 철학 판타지 리뷰는 https://69toon.com 에서 확인할 수 있다.